영국 정부,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 두고 예술가들 항의에 일보 후퇴

영국 정부가 인공지능 기업 유치를 위해 모델학습 저작물 사용 기준을 완화하려던 시도가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법 개정안 투표를 앞두고 폴 매카트니, 두아 리파 등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항의하자 팬들도 나섰고, 정부가 전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표결을 앞둔 저작권법 개정안을 재고하고 있는 이유가 예술가들의 항의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피터 카일 영국 기술부 장관은 저작권 규정에 옵트아웃(Opt-out, 저작권 학습을 불허할 수 있는 약관 선택사항을 추가하는 것) 시스템 도입이 선호 옵션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피터 카일 장관은 "우리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고,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창의적 재능이 필요한 산업과 영국 인공지능 기업의 번영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두고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 분모를 찾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부터 나온 영국 정부의 입장과는 달라진 겁니다. 영국은 AI기업이 저작물을 학습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정안 도입을 준비해왔는데, 이때 선택지로 제안된 옵트아웃 제도가 도입되면 예술가가 먼저 학습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출판물이나 음악을 모델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인정됩니다. 즉, 창작자는 직접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절차가 추가됩니다.

이에 폴 매카트니, 엘튼 존 등 전설적인 가수는 물론 두아 리파 등 비교적 신인급 아티스트들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2월 유명 가수로 구성된 1000UK 아티스트 그룹이 침묵 앨범을 발매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400여명의 아티스트가 '항의 서한'을 발송해 영국 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서한에서 아티스트들은 "정부가 예술가를 보호하지 못하면, 작품을 기술 기업에 넘겨주는 것과 같다"며 "창조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컨텐츠 강국에 오른 영국의 입지 역시 위험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이 아티스트들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를 저작권 권리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에 "우리는 창조산업과 AI 기업이 동시에 번성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에술가들이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변경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옵트아웃 도입이 무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저작권 공정이용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입법 방향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사이, 인공지능이 각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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