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웹툰-웹소설 계약서 불공정 약관 21개 유형 시정
공정거래위원회가 웹툰, 웹소설 분야 콘텐츠 제작 및 공급, 출판 플랫폼 연재등 사업을 영위하는 23개 사업자가 저작물 계약에 사용하는 이용약관 전체를 심사, 141개 약관에서 1,112개 불공정 약관조항 21개 유형을 시정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지난 28년 공정위는 26개 사업자에 불공정 약관을 시정한 바 있는데, 그 이후 7년만입니다. 이번에 주로 대상이 된 조항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해외유통권, 정산 내역 제공등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웹툰, 웹소설 분야의 경우 연재플랫폼과 직접계약 외에 콘텐츠공급사(CP)를 통한 계약 체결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공급사가 플랫폼과 작가를 매개하는 거래 뿐 아니라 콘텐츠공급사와 플랫폼간 거래관계에서 불공정 조항이 사용되면, 창작자 권리 침해가 우려됩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명령에서 콘텐츠공급사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을 점검했다고 밝혔습니다.
점검 결과 공정위는 원저작물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자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한 조항이 있었다며 시정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주체는 저작자이므로, 제3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을 위해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원 저작물 계약시 사업자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조항은 저작자가 2차적 저작물을 언제, 누구와 제작할지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약관법상 고객이 제 3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를테면 웹소설을 계약하면서 웹툰화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넘기거나, 웹툰을 계약하면서 드라마화 등 계약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별도의 합의에 따르도록 자진 시정했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물론 이 조항은 근본적 원인, 즉 플랫폼의 힘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당장 해소가 어렵습니다. 즉, 플랫폼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요구한다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작가에게 CP사가 가지고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또는 플랫폼이 직접 요구할 경우 작가가 거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공정위는 사업자가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해당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저작인격권을 구성하는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은 작가가 포기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자에게 두 권리를 포기하도록 정하거나, 통상적 범위를 넘어 수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은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행사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사업자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부득이하게 저작물을 직접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저작권자와 사전 협의하거나 사전 동의를 얻도록 자진 시정했다고 공정위는 밝혔습니다. 다만 이 조항 역시 플랫폼이 수정을 요구하면 작가에게 수정 허락을 받는 행정적 절차를 핑계로 수정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후에도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 위약벌 조항, 급부내용(원고를 지급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조항, 부당하게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조항, 부당한 계약해지 조항, 과도한 비밀유지 의무, 부당한 대가지급 등을 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명령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시장 감독과 경쟁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들의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시장 파악 역량과 계약에 있어 어떤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알리는 교육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