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탑 킬링 게임' 캠페인, 웹툰이랑은 무슨 상관일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소유권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안' 만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스팀(Steam)과 같은 플랫폼은 유저들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EA나 유비소프트같은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돈주고 산다는 개념이라고 지금까지 게임 플랫폼들은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거, 우리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지지 않죠.
아니, 내가 돈주고 게임을 샀는데 서비스 중단이라고 게임을 못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겁니다. 이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무기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운동, '스탑 킬링 게임' 캠페인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비소프트가 자사의 레이싱게임인 "더 크루"의 온라인 서비스를 중단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소비자 운동인데요. 유튜버 로스 스콧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소비자가 구매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게임사가 '서비스'를 종료했더라도, 사설 서버, 오프라인 모드등을 통해 게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 유럽 의회, 시민의 요구 받을까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 캠페인은 루마니아 출신의 유럽의회 부의장 니콜라에 스테퍼누처가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인 지지선언과 캠페인 서명을 알리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스테퍼누처는 "한번 판매된 게임은 회사의 것이 아니라 고객의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EU 의회는 유럽 시민 100만명 이상이 서명하면 법안 제안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라고 부르는데, 공식 EU 청원에서 이미 140만명 가량이 모여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따라서 EU가 진지하게 이 내용을 공식 안건으로 받아들이고 입법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물론 유럽의 게임업체들과 블리자드, 워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이 참여한 '비디오 게임 유럽'은 이런 요구가 현실화되면 게임 제작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며 우려와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또한 사설서버로 인한 불법 게임 유통이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 제이슨 '토르' 홀은 "청원대로 '모든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며 "라이브 게임 서비스 개발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가 게임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 게임과 e북, 웹툰, 웹소설의 상관관계
그럼 게임 이야기를 왜 다루느냐. 이 지점이 바로 e북, 웹툰, 웹소설과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개념적으로 e북은 클라우드 안에 존재하고, 이걸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권한을 구매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다운로드 된 콘텐츠를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운로드 된 순간' 서비스가 완결되었다고 보는 거죠. 때문에 e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점이 문을 닫으면 '서비스', 즉 '다운로드'를 제공했기 때문에 할 일을 다 한 것으로 봅니다.
마치 게임사나 플랫폼들이 '다운로드' 할 권한을 주고,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게임의 경우에도 CD나 게임팩을 구매하면 서비스를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지속적으로 온라인 접근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개념이 나온 거죠. 바로 이 개념이 e북에도 적용된 겁니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책을 사면, 서점이 망한다고 해서 책을 못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죠. 그런데 e북이나 웹툰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소장'하기로 결정한 작품이 있다면, 우리는 서비스가 끝나더라도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실제로는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서비스가 종료되면 우리는 이 작품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논의는 우리나라도 최근 플랫폼 종료사태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최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독자들이 다시 볼 수 없게 된다면, 이 작품이 다른 어디서도 서비스될 예정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임도, 만화도, 도서도 똑같이 마주할 문제입니다. 게임이 먼저 시작했고, 우리도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죠. 소장이란 무엇이며, 서비스 접근권이라는 개념을 우리가 명화갛게 이해하고 동의했느냐 하는 문제 말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런 다운로드 서비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운로드 접근권'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제도권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만 해도 일단 논의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해석에 대해서는 웹툰도, 웹소설도, e북도 눈여겨보고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