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소 맨⟩ 완결 소동 유감

⟨체인소 맨: 레제편⟩ 북미판 포스터 (출처=MAPPA)

후지모토 타츠키의 ⟨체인소 맨⟩이 완결되었습니다. 2부 완결이고 3부가 있다 등등의 소문이 많았지만 일단 그냥 완결인 것 같네요. 여기까진 좋습니다. 연재가 완료된 일본의 반응을 공유하는 것도 좋고, 일본 현지에서 연재되는 ⟪소년점프+⟫를 직접 구독해 읽고 있다면 그 경험이 부럽기도 하네요.

후지모토 타츠키는 표본이 적긴 하지만, 장편 ⟨파이어 펀치⟩와 ⟨체인소 맨⟩ 결이 비슷한 완결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작가 스타일이고, 감상은 독자의 몫이죠. 뭐 사실 최근 슈에이샤의 인기작들이 대부분 그랬기도 하고요. 이제 어떻게 날렸는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국에선 일단 단행본으로는 22권, 일본에서는 23권까지 나왔고 연재본으로는 24권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 후지모토 타츠키는 매우 고마운 작가입니다. ⟨체인소 맨: 레제편⟩으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고, 점프의 변화와 같은 것들을 짚어내기 너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덕분에 글을 몇만자는 썼고, 재밌는 일도 많았네요. 정말 고오마운 사람이예요.

2021년 4월, 후지모토 타츠키는 ⟨체인소 맨⟩ 1부 완결 이후 ⟪다빈치ダ・ヴィンチ⟫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덴지의 이름’은 일본어 텐시(천사)와 위험(데인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코엔 형제의 1998년 영화 “위대한 레보스키”에서 영감을 받아 엔딩을 구상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양반은 원래 그러고 싶었던 거예요. 이 얘기는 기회가 되면 길게 해 보도록 하죠. 저는 아직 못 봤으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아직 못 봤는데, 한국 커뮤니티에도 적지 않은 ‘독후감’이 돌아다닙니다. 어? 독후감? 나올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죠. 제가 게으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만화책이 나왔는데 읽고 감상을 하는게 왜 나빠? 같은 생각을 하실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아직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3월 26일을 기준으로 리디북스 등 ‘회차별’로 볼 수 있는 최신화는 230화입니다. 최종화는 231화고, 칼럼을 작성중인 오늘, 3월 26일을 기준으로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는 회차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들 보셨나요?

감상을 묻는게 아닙니다. 어떤 방법으로 보셨냐구요. 아마 이렇게 물으면 멋쩍게 웃으면서 ‘다 아시면서’라고 말하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어둠의 경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적어도 저에겐 후지모토 타츠키가 장편을 소위 ‘조졌’기 때문에 (침착맨의 말처럼)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는 농담섞인 조롱보다, 한국에서 ‘내가 봤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 '하도 난리여서 나도 보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평범성이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그 중에는 콘텐츠를 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고, 콘텐츠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들 후지모토 타츠키의 업보를 욕하거나, 이 사람이 원래 그러고 싶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거나, 시류에 탑승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굳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최소한 콘텐츠가 업이라면 봤다고 자랑은 하지 말아야죠. 불법으로 콘텐츠를 보는 일이 창피한 일이고, 이 바닥에서 발붙이고 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 노동은 싸구려다’라고 말하는 꼴이라는 걸 굳이 생각씩이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보고싶어서 미리 보고 왔다거나, 나중에 구매할 계획이라거나 변명들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법으로 보면 안 되는 거잖아요. 불법웹툰에는 목소리 높이시는 분들이, 일본 만화니까 봐도 된다고 말씀하시진 않겠죠.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실망스러운 것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체인소 맨⟩의 독자로서 마지막까지 소재를 던져주는 후지모토 타츠키에게는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동산이 좁아 e북이나 빨리 나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의 시간은 아직 21권에 멈춰있거든요. 이제 22권 업데이트 되어서 보러 가야 하는데, 완결되었다고 축제를 벌이고 있으니 제가 ⟨체인소 맨⟩ 완결로 콘텐츠를 쪄올 때가 되면 때늦은 콘텐츠가 되겠죠? 먹고살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여러분.

만화평론가로 살면서, ‘불법유통 콘텐츠 아웃’을 외치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가 업인 사람들, 자기 필명을 걸고 채널을 걸고 있는 사람들은 저러고 있구나를 보면서 넋두리를 해봤습니다. 불쾌하셨다구요? 어쩌라구요. 불법으로 보지나 마십쇼. 그럼 저는 ⟨체인소 맨⟩ 22권 보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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