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이루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송에서 패소... "이용자에 손해배상하라"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다들 기억하시죠. 이루다를 개발할 당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쓰인 이용자들이 있어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이 개발 과정에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활용된 이용자들에게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1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용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지 4년만에 나온 판결입니다. 일단 1심 판결에서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학습 사례에 대해 판단을 내린건데, 이후 그림체 등 다양한 판결에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읍니다.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 15부(조용래 부장판사)는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사건' 피해자 246명이 제작사인 스캐터랩을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개인정보 유출이 입증된 피해자 26명에게는 위자료 10만원, 민감정보 유출 23명에 30만원,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가 모두 유출된 44명에겐 4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21년 1월 스캐터랩이 내놓은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 챗봇인데, 성희롱, 혐오발언,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 윤리문제를 지적받고 3주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개발 과정에서 스캐터랩은 다른 서비스인 '연애의 과학' 과 '텍스트앳' 등에서 수집한 연인간 대화 93억건을 이용해 이루다를 학습시켰는데, 이 대화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연애관계 발전 가능성', '호감도' 등 심리를 분석해 연애 조언을 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대화 내용 가운데는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물론 성적 대화같은 민감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재판부는 스캐터랩이 이용자들에게 이루다 개발에 데이터가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용자들이 앱에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신규 서비스'에 개인정보가 쓰일 수 있음을 인질하고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이 별도로 개인정보 방침을 확인하려면 클릭을 통해 팝업으로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에 실질적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스캐터랩은 데이터를 가명처리했고, 과학적 연구목적이라고 변론했지만 재판부는 "가명처리가 식별 불가능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과학적 연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의 학습에 데이터를 사용할 때 '변형적'으로 활용한 결과물이 나온다면 공정사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정이용이라 하더라도 제 값을 주고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루다' 건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된 민사소송이지만, 향후 아직 저작권 개념이 모호한 그림체나 스타일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에도 같은 판단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읍니다. 이용자들이 '명시적 동의'를 하지 않으면 학습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도입 등 향후 인공지능 학습과 관련한 논의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