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에 ⟨강철의 연금술사⟩ 웹툰판이 등장했습니다. '웹툰 ⟨강철의 연금술사⟩'라니, 꽤나 흥미로운 소식이죠? 하지만 사실 이건 이미 2020년 9월 1일,
카카오페이지에서 먼저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6년 가까이 지나서야 등장했으니, 사실 뒷북이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아마도 카카오페이지와 독점 계약을 했을 거고, 독점 계약이 끝난 다음 풀리게 되었을테니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네이버시리즈에서는 ⟨기생수⟩ 웹툰판을 연재했었고, 당시에는 평가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5년 반이 지난 지금은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웹툰 ⟨강철의 연금술사⟩ 1화 댓글 캡처)댓글창에서는 "정답이다 네이버웹툰!", "네이버 미쳤다", "쿠키의 반을 줄테니 너는 그냥 다 줘" 같은 ⟨강철의 연금술사⟩의 내용을 이용한 드립들이 난무합니다.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은 카카오페이지였고, 당시에도 꽤 화제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쏟아지는 반응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며칠만 지나도 유행이 지나버리는 시대에, 이미 6년이나 지난 소식.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 개방형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웹툰
우리가 흔히 '웹툰'이라고 하면 가지는 이미지는 네이버웹툰과 예전 다음웹툰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독자들이 댓글로 소통하고, 작가 역시 이런 인터랙션을 활용하기도 하죠. 지금은 이미 낡은 것처럼 느껴지는 말이지만, 최초로 웹툰에서 시도했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네이버웹툰이 지금도 만우절 이벤트에 목숨(?)을 걸고, 팬들과 함께하는 행사 '웹툰윗미'에서도 독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선정하는 등 '독자와의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20주년 행사에서도 베댓박물관을 운영하는가 하면, 독자들에게 '우리와 같이 컸다'고 말하는 것도 네이버웹툰이 독자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때로 리스크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짐이 되기도 합니다. 댓글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도 있고, 작가에 대한 괴롭힘, 작품과 상관없는 논쟁을 빙자한 싸움과 같은 문제들은 이미 수도 없이 회자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들은 웹툰이 최초로 만들어낸 건 아니죠.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보면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사람이 모여있어서' 생기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네이버웹툰은 바로 이런 '사람이 모여있음'을 다르게 해석하는 플랫폼입니다. 리스크일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관리하되 독자들의 목소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낼 수 있도록 마케팅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바이럴되고, 독자들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행위 자체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보아야겠죠?
또 네이버웹툰은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플랫폼은 장소는 그대로 있고, 사람이나 물건이 오고가는 '승강장'을 말하죠. 장소에 와서, 어떤 콘텐츠나 서비스에 탑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네이버웹툰이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건 최근 발표한 캔버스(CANVAS)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작가들이 캔버스에 모이고, 그걸 편하고 쉽게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게임에서는 스팀, 영상에서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런 형태를 '플랫폼'이라고 부릅니다.
'개방형'이라고 굳이 부른 이유는 이 이용자들이 외부에서 손님을 끌어오고, '뭔가 재밌어 보이는 것이 있음'이라는 인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개방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방되어 있어야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2025 만화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렇게 아무나 들어올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는 서비스의 특성은 네이버웹툰의 점유율로도 나타납니다. 몇년째 조금씩 감소하고는 있지만, 웹툰 이용자들의 '1+2+3순위'를 물었을 때 81.4%가 네이버웹툰을 보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렇게 개방형으로,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던 거죠.
* 폐쇄형 콘텐츠 마켓, 카카오페이지
반면 ⟨강철의 연금술사⟩가 2020년 처음 공개됐던 카카오페이지는 네이버웹툰과 비교하면 애초에 서비스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네이버웹툰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은다'가 목적이고, 그래서 거래액이 아니라 PPS(Partners Profit Share)를 강조하죠. 원고료나 MG 이외에도 광고 등 다양한 수익화 방식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폐쇄형 콘텐츠 마켓에 가깝습니다.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아예 서비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로그인을 해야만 하는 카카오페이지는 시작부터 조금의 허들이 있죠. 그렇게 로그인을 해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 사람의 서비스 이용시간'과 '이용자의 결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에디터 직접 캡처)
두 플랫폼은 '푸시 알림'만 비교해봐도 차이가 보입니다. 네이버웹툰 푸시알림의 대부분은 제가 직접 '관심' 등록 해놓은 작품들이 새롭게 올라왔다는 내용이고, 다른 알람은 '급상승 웹툰'이나 '작품 모음집', '완결 작품 알림'과 같은 내용들입니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최대 1만캐시 지급', '이용권 선물'과 같은 재화 지급이나 뽑기 기회 제공과 같은 알람들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유료 고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로그인하고 들어와서, 작품을 보다가, 기다리다가 지칠만 하면 선물을 받고, 한번 결제해서 보는 순간부터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기다리면 무료'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던 거죠. 더 많은 독자들이 올 필요도 없고, 유료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마켓 서비스'라고 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카카오페이지는 댓글을 보기도 힘들고, 달기도 번거로운 편입니다. 이건 수차례 패치를 통해 변화해온 것이라 '의도'에 가깝다고 여기게 됩니다. 물론 확실한 증거는 없고, 심증만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댓글을 보고 달기 어렵게' 변화해 왔다고 많은 독자들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죠. 카카오페이지는 댓글을 '관리의 대상'으로, 특히 독자들의 피로감을 높여 재방문율(리텐션)과 결제율을 떨어뜨리는 리스크로 보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카카오페이지에서 2020년에 선보인 ⟨강철의 연금술사⟩의 웹툰판이 작품의 명성에 비해 화제가 덜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네이버웹툰에서는 화제가 되고, 반응을 살피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건 애초에 플랫폼이 가지는 목적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의 목적이 다르면, 효과도 다르게 나오는 거죠.
네이버웹툰은 '화제를 만들고', 그렇게 화제를 만들어 '사람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의 트래픽을 이용해 광고 등의 부가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가 네이버웹툰이라면 카카오페이지는 일단 작품을 들여오고, '보고자 하는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니까, 한명당 결제 비율은 카카오페이지가 압도적으로 높을 테고, 모여있는 사람의 숫자 자체는 네이버웹툰이 아주 많겠죠.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고 네이버웹툰 독자들이 반가워하는 것도 '더 적은 사람에게' 노출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2020년은 출판만화의 웹툰화 시도가 막 이루어지던 초기고, 지금은 꽤나 많은 작품들이 스크롤 방식으로 재편집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작품이 양 플랫폼에서 시차를 두고 다른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꽤나 재미있네요. 물론, 덕후들에겐 '웬 뒷북?'이겠지만, 이 기회에 플랫폼의 차이도 알아보고 그런 것 아니겠어요?